모든 프로그램에는 대본이 있다
TV가 바보상자라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들어왔지만 무슨 얘기인지 실감을 못했었는데 최근 관심있는 연예인이 생겨서 팬카페도 가입하고 여러 스케줄을 따라다녀 보면서 연예계에 대한 이러저러한 일들을 보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
가장 큰 충격은 모든 프로그램에는 작가와 대본이 있다는 것. 심지어 다큐멘터리 인터뷰나 리얼을 표방하는 버라이어티쇼의 대사 하나하나도 대본이 있다는 것. 하긴 비싼 광고비로 운영되는 TV 방송의 입장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 지 모르는 이야기들을 생방송으로 내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 방송사고가 터질 지 폭탄을 안고 방송을 진행하는 느낌일테니까.
그런 제작상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작가와 연출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진실이 아닌 거짓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다. 출연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대본에 의한 방송으로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 이런 부분이 가장 어이가 없다.
예전처럼 그냥 방송만 봤으면 몰랐을 이야기겠지만 팬들이 모여있는 곳들을 돌아다녀 보면서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히든싱어 패널들의 반응도 짜여진 대본이라는 것. 김모모 가수가 충분히 알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라운드에서 틀리면서 이렇게 저렇게 얘기했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그 가수를 잘 알고 있는 팬들이 저건 연기고, 대본에 의해 못 맞추는 척 하는 거라는 얘길 듣고 다시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다른 패널들의 말들도 진실로 들리지 않는 의심병이 생길 지경.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하다니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대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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