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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한국 장르소설이 가진 매력

한국 장르소설이 가진 매력




장르소설은 대중소설 중에서 특정 장르에 특화된 소재, 주제, 양식 등에 맞춰쓰는 소설이라고 위키백과에 나와있다. 무협소설, 게임소설, 연애소설, 판타지소설, 추리소설, 대체역사소설 등으로 나뉘어진다. 


무협소설은 예전부터 무협지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된 장르이고, 판타지소설은 서양의 마법을 소재로 한 장르이다. 게임소설은 게임의 발달과 함께 가상현실을 게임에서 구현한다는 가정하게 만들어진 장르이다. 대체역사소설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한 현대의 주인공이 그 시대의 중요인물로 살면서 역사를 새로 쓰는 내용이다. 연애소설, 성인소설, 추리소설 등은 제목 그대로이다.


무협소설을 기반으로 많은 무협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처럼 마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도 성행하고 있는데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게임산업이 발달하면서 무협이나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게임에서 구현하고 있는데 판타지소설, 게임소설의 설정이 그대로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이렇듯 장르소설은 현실의 문화콘텐츠를 구성하는 강력한 기반인데, 여기에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한국의 장르소설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한국 장르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누군가 처음 시작한 설정을 다른 작가들이 반복하면서 세계관을 심화시키고 장르의 양식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판타지소설에는 서양의 설화, 연금술 등에 나오는 마법사들이 등장하고, 인간, 호빗, 드워프, 엘프, 드래곤, 페어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판타지소설은 서양에서 유래했지만 마법의 종류, 마법의 단계, 종족 등은 기본 설정을 작가마다 변형시킨 것이고 그럴 법하다 하는 설득력이 있는 설정은 다른 작가들이 물려받아 더 세밀한 묘사로 구체화시켜서 현재 한국적 판타지소설이라는 독자적인 장르가 만들어졌다.


한국 장르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형식은 수입이지만 내용은 완전히 한국적이라는 것이다. 무협소설의 경우 무협지라는 소설장르는 예전부터 있었고 김용 같은 유명한 무협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무공과 무림이 등장하는 성인소설 형식의 무협지가 만화방에 비치된 주요작품이기도 했다. 


중국의 영향이 강한 이전 방식의 무협지와 최근의 무협소설의 차이점은 현실성에 있다. 무림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점은 갖지만 예전의 무협지가 무공을 익힌 기인들의 세계를 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 한국적 무협소설은 현실세계의 축소판이다. 현실 정치판에 등장하는 정치세력간의 암투, 정파 사파 마교에 빗댄 정치인의 행태 풍자 등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들이 현실에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함께 어떤 사회가 이상사회인가, 어떤 집단이 권력을 잡았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물음도 던지고 있어 무협소설이라는 이름을 딴 현실풍자소설로 명작이라고 부를만큼 특출한 작품도 여럿 있다.


달빛조각사로 대표되는 게임소설이야말로 가장 발달한 한국적 장르소설인데 마법, 무공 등의 가상의 능력뿐아니라 힘, 민첩, 체력, 생명력, 친화력, 명성, 신성력 등 인간사회의 여러 가지 능력들을 수치화해서 성공하려면 자신을 어떻게 레벨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과 방법을 제시해준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게임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레벨이 현실에서 몇 단계쯤일지, 여러 가지 스탯을 자신이 얼마나 갖추었는지, 친화력이나 명성 같은 사회성 지수는 어떠한지 점검하면서 자기계발을 하면 될 것이다.


대체역사소설을 읽으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역사의 분기점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상상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지나간 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하게 만든다. 먼 미래에 후회하게 될 잘못된 역사적 선택은 지금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으므로 역사와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진다면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장르소설은 제 몫을 다한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한국의 장르소설이 유난히 현실성을 갖게 된 이유는 인터넷소설이 발달한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예전에는 국문학과를 나오고 오랜기간 문학적 소양을 닦은 사람만이 출판사나 신문지면을 통해 소설을 발표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매체의 제약이 없어져 누구나 쉽게 자기 의견을 글로 적어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 않아도 소설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소설은 수많은 작품으로 넘쳐났고 그 결과가 쌓여 현재의 장르소설을 이루게 되었다.


직업작가만 소설을 쓰던 것에 비하면 인터넷 장르소설은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평이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의견이고 인터넷 장르소설에서 좋은 작품을 선별하려면 옥석을 구분하는 능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르소설이 가진 대중성과 현실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업작가와 독자가 서로 교류하면서 만들어낸 인기있는 장르소설은 이미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하게 되고, 또한 현실사회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전문작가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허구적인 작품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


명작이라 불리는 소설들도 현학적인 묘사를 빼고나면 통속적인 줄거리인 경우가 흔하다. 현재 각 방송사의 드라마나 영화들도 천편일률적인 줄거리라는 비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흥행법칙을 비꼰 개그프로그램까지 나와있는 실정이다. 소수의 작가가 독점하는 드라마제작에서 만성적인 컨텐츠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기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장르소설도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장르소설이 만화나 웹툰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소설보다는 만화형식의 웹툰이 더 대중적이고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다. 일단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고 장면장면이 나뉘어져서 그대로 실사화하면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르소설도 일단 웹툰화가 되고 나면 그런 방식을 따라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만화나 웹툰도 줄거리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인기있는 장르소설들을 만화가와 계약해서 만화로 만들면 된다. 


의미있고 작품성 있는 장르소설이 매니아만의 감상으로 묻히지 않고 웹툰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애니메이션으로, 게임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장르소설이나 웹툰 중에서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된다. 외국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풍부한 컨텐츠를 가진 작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컨텐츠 생산구조가 만들어지면 경쟁력있는 한국적 문화컨텐츠를 세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



한국 장르소설이 가진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