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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

오디션 거품빼기 현실을 직시해야 – 슈퍼스타K6 K팝스타4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오디션 거품빼기 현실을 직시해야 – 슈퍼스타K6 K팝스타4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쇼의 일환으로 만들어진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오디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오디션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가수를 뽑아서 방송사에서 채용할 것도 아니고, 방송사 이름으로 데뷔시킬 것도 아닌 이상 오디션이라는 하나의 쇼를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본질이다. 슈퍼스타K뿐아니라 SM, YG, JYP 3사 오디션으로 불리던 K팝스타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슈퍼스타K4에서 배출한 가수들을 CJE&M으로 영입하기도 했고, K팝스타 출신도 YG, JYP로 영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뿐이고 원래 목적은 가요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있었다. 만일 방송사에서 순수하게 오디션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아마 다른 직업 오디션보다는 나았겠지만 시청자가 보기에는 무미건조한 방송이 되었을 것이다.


오디션을 버라이어티쇼로 만들기 위해 방송사마다 극적인 장치들을 도입하고, 쇼적인 부분을 살려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배분했는데 슈퍼스타K에서는 그 쇼적인 부분을 주로 참가자들이 담당했고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두려고 애썼다. 


인생역전의 스토리가 있는 참가자, 아웃사이더, 엄친아, 사차원, 천재소년, 성격나쁜 악녀 등으로 참가자들의 일면을 부각시켜 캐릭터를 설정하고 매시즌을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각본을 짜서 쇼를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실력있는 참가자 출연섭외하기, 라이벌미션의 대결구도 짜기, 화제가 되는 인물을 떨어뜨리고 패자부활전으로 재합격시키기 등이 기본장치가 되었고 특정인물을 우승시키기 위해 언론플레이 하기, 선곡과 편곡으로 특정인 밀어주기, 심사평 대신 자극적인 독설 날리기 등으로 전혀 리얼하지 않은 쇼를 만들어왔다. 슈퍼스타K 시즌5에서는 심지어 탑10 합격카드를 참가자 앞에서 찢어버리고 즉석에서 불합격으로 만들기도 하고, 제작진 마음대로 팀을 교체해서 탑10을 만들기도 했다. 이쯤되면 시청률에 연연하는 막장드라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슈퍼스타K에서는 참가자들이 방송분량을 만들기 위한 일정에 불려다니느라 노래연습할 시간조차 부족했고, 시즌4까지는 어찌어찌 굴러갔지만 참가자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시즌5에서는 이 때문에 생방송 무대가 엉망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은 모든 것이 참가자들 탓인양 인신모독에 가까운 독설을 퍼부었고 충격을 받은 참가자들은 점점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K팝스타에서는 쇼적인 부분을 심사위원들이 담당한다. 그 어떤 오디션보다 방송에서 심사위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K팝스타 출신 가수들보다 K팝스타 심사위원이 가진 임팩트가 훨씬 커서 아마 K팝스타 출신 가수의 이름보다 심사위원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K팝스타 시즌3에서는 이 심사위원의 비중이 더 늘어나서 방송 내내 오디션을 보는 건지 심사위원이 등장하는 쇼를 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한 팀이 준비하고 노래하는 과정은 길어야 5분 정도, 심사위원이 사전에 예측을 하고 심사평을 하는 시간은 훨씬 길다. 방송이 끝나면 참가자들의 노래로 화제가 되기보다 심사위원들의 행동이나 심사평이 더 화제가 된다. 


K팝스타가 이렇듯 심사위원쇼가 된 데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슈퍼스타K보다 떨어졌던 게 이유가 아닌가 한다. 슈퍼스타K5는 제외한다. 슈스케가 참가자들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사연을 보여주고 캐릭터를 만들면서 방송분량을 뽑는 동안 K팝스타에서는 모자란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시킬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니 부족한 방송분량을 채울 사람은 심사위원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팝스타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장황한 심사평으로 참가자들을 칭찬하곤 하는데 심사평만 듣고 있으면 천재도 이런 천재가 없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이유는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마치 K팝스타는 여전히 잘 되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세뇌하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씁쓸하다.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참가자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것을 보면 차라리 정확한 심사평을 해주는 것이 참가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슈퍼스타K5가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11~12%의 시청률이 나오고 있는 K팝스타3가 굉장히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공중파 일요일 예능시간대라는 걸 고려하면 부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고 K팝스타 전시즌과 비교해도 몇 % 떨어진다. 더구나 방송후 이슈가 되는 건 참가자들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니 이런 상태로 K팝스타3가 이어진다면 심사위원들이 오디션의 최대수혜자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심사위원들이 방송을 끌어나가는 것도 생방송전까지만 가능하다. 생방송에서는 참가자들의 실력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고 1주일에 1~2곡씩의 미션곡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K팝스타3의 정확한 현실이 공개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K팝스타4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국내오디션 프로그램이 초창기의 영화를 다시 누리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실력있는 참가자들이 나올만큼 나온 상황에서 K팝스타건 슈퍼스타K건 무한정 실력자들을 발굴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엠넷이 개척한 블루오션에 너도나도 발을 담궈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갈라버렸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고, 포화상태인 아이돌 시장이 계속 확장되면서 끼 있고 어린 친구들이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로 데뷔하는 걸 선호하는 현실도 원인중 하나일 것이다. 


엠넷에서 슈퍼스타K6 홍보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시즌5의 실패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달라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초로 방향전환을 해야할 시기임은 분명하다. 슈퍼스타K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사용했던 기본장치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가 되었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 시청자들이 진실하지 못한 오디션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가볍게 보면 안될 것이다. 더 이상 만들기만 하면 시청률이 보장되는 황금알이 아니라는 점을 시즌5에서 충분히 인식했다면 시즌6부터는 거품을 빼고 오디션의 본래 목적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바란다. 극적인 재미와 슈퍼스타가 넘쳐나지는 않더라도 방송의 진실성이 보장된다면 슈퍼스타K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의 기본적인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디션 거품빼기 현실을 직시해야 – 슈퍼스타K6 K팝스타4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